PlusAlpha의 일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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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 불심검문 소동

2009/04/16 16:55

아래 글을 보고 “어? 일본 자동차를 가지고 한국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일본 자동차를 일시적으로 한국에 가지고 들어와서 그대로 타고 다니는 것이 가능하고, 그 반대로 한국 자동차를 일본에 가지고 갈 수 있다. 물론 절차는 꽤 복잡하다.
현재 부산-시모노세키, 부산-오사카 간 페리 여객선이 매일 다니고 있으므로, 배에 실어서 들어올 수 있다. 자국에는 임시 수출신고를, 상대 국가에는 임시 수입신고를 하는 형태로 세관의 허가를 받아 임시운행허가증을 차에 붙여야 한다. 그런 다음 상대 국가의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된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물가가 낮기 때문인지,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차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차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부관페리에서 만난, 매주 3회씩 부산-시모노세키 왕복하는 영업용 트럭 기사 말로는 요즘 불경기 탓인지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여행용 자가용차도 그나마 많이 줄었다고 한다.

남편은 1988년 첫 번째 여행을 시작으로 몇 차례나 자기 차를 가지고 한국에 와서 드라이브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내 이삿짐을 직접 나를 겸 차를 가지고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낯선 모양의 자동차인데다가 일본 번호판까지 달고 다니니 어딜 가나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그런데 남편이 아무 잘못도 없는데도 경찰차만 보면 긴장 아닌 긴장을 한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검문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 검문을 당하니 매우 피곤해진다. 영어로 열심히 설명을 해도 상대방이 못알아듣고... 갖고 있는 통관 관련 서류와 보험 가입 서류를 모두 보여주고 나서야 풀려난다고(?) 한다.

이번에는 내가 같이 타고 다니니 좀 낫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서울시내에서 두 번이나 경찰을 만났다.
한 번은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나서 자동 세차기의 순서를 기다리던 중.
기름을 넣으러 들른 경찰차에서 경찰관이 내리더니 “아.. 이사람들 진짜...” 하는 표정(한 건 잡았다 하는...)으로 허리에 손을 얹고 다가오더니, 약간 짜증섞인 말투로 “아니, 한국에서 일본 번호판을 달고 다니면 어떡합니까?” 라고 말을 걸어온다.
내가 창문에 붙은 “국제교통”이라 적힌 임시운행허가서를 가리키면서, 이 차는 일본에서 여행하려고 들어온 일본차이고, 여기 적힌 날짜에 일본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을 해도 영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일본 차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여행을 올 수 있냐고 이 운행허가증은 대체 누가 발급한 거냐고 따진다.
남편이 “또 이걸 꺼내야 할 시간이 왔군” 하면서 서류들을 다 꺼내서 보여주었다.
여러 장의 서류를 넘겨보면서 “어.. 이게 가능한건가? 이렇게 해도 되는건가...?”  중얼중얼...
확실한 서류를 보고도 자꾸 “이게 뭐지?” 하는 바람에, 좋은 말로 설명하던 나도 참다 참다 좀 짜증이 나서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경찰 분이 그걸 모르시면 어떡합니까? 합법적으로 모든 절차 밟아서 들어온 차 맞고요, 내일 모레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겁니다!” 라고 했더니, “아, 그래요?” 하면서 아직도 떫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며 서류를 돌려주고 자기 차로 돌아갔다. 물론 실례했다거나 미안하다거나 하는 인사 한 마디도 없이.

그 다음날, 다시 서울시내에서 신호대기 중 옆 차선으로 경찰차가 다가와 창문을 내리고 말을 건다. 역시나 같은 질문.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내가 같은 내용을 설명.
그나마 이번에는 도로 상에서 신호대기중이었던 관계로 서류를 보여주는 일은 하지 않고 금방 끝났다.

일본에서 한국에 들어오는 자동차는 모두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부산 부근에는 일본 차가 비교적 많지만 서울시내까지 오는 차는 많지 않으니까 이런 소동은 여행자로서 각오하고 그냥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당당한 입장이었음에도, 범죄자로 의심받고 검문을 당한다는 것은 겪어보니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이런 경우 최소한 실례했다는 한 마디만 했더라도 불쾌감이 덜 할텐데. 인사성 없는 한국경찰 좀 고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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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검문, 경찰, 일본, 일본 번호판, 자동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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